청렴의 스포츠 정신, 파리 올림픽을 겨냥하다

대한민국 여자 양궁 단체 10연패 기저에는 무엇이 있나

 

지난 7월 26일(금), 이틀 간의 사전경기를 끝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진행됐다. 지난 8월 12일(월)까지 19일간 개최된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32개 종목에 144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이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가장 작은 규모의 선수단이다. 축구·농구와 같은 단체 구기 종목이 본선 진출에 대거 실패하면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 속에서도 선수들은 수년간 갈고닦은 기량을 뽐내며 대한민국을 파리 올림픽 최종 8위에 안착시켰다. 특히나 화제가 된 것은 여자 양궁 단체 부문의 올림픽 10연패이다. 이는 여자 양궁 단체전이 처음 생긴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40년동안 대한민국 여자 양궁을 이긴 나라가 없었음을 의미하는 엄청난 성과이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양궁 강대국이 되었을까? 스포츠 정신의 전신, 대한민국 양궁 협회를 통해 공정과 청렴의 스포츠 정신을 되돌아보자.

 


 ▲  양궁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의 선수들 모습 (출처 뉴시스) 


청렴에서 비롯된 기백, 대한민국 양궁 협회는 어떤 곳인가?

대한민국 양궁 협회는 1983년, 기존의 대한궁도협회에서 분리된 독립 협회로 지난 2023년 12월에는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뿌리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양궁협회는 우수한 경기자 양성으로 국위선양을 도모하여 민족 문화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수십년동안 대한민국 양궁의 기저를 닦아왔다. 대한양궁협회는 과거 메달 획득 이력과 관계없이, 때에 따른 실력만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기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 및 지도자가 자주 바뀌기도 한다. 선수들에게는 우스갯소리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러한 관문을 거쳐 국가대표로 선발된 김우진 선수와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의 경기를 끝으로 지난 8월 4일(일) 모든 양궁 경기가 끝이 났다. 김우진과 앨리슨 모두 슛 오프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10점을 쐈고, 김우진의 화살이 앨리슨의 화살보다 4.9mm 더 정중앙에 가까이 박히면서 금메달을 쥐게 됐다. 여자 양궁 단체전에 출전한 전훈영, 남수현에 사람들은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표로서의 출전에 반신반의 했지만 중국을 꺾고 올림픽 10연패라는 쾌거를 이뤄내면서 다시금 한국 양궁의 명성을 되새기게 했다. 대한양궁협회의 ‘실력’이라는 유일한 평가 잣대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승부였다.


스포츠는 선발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한양궁협회 외 다른 스포츠 협회는 어떨까? 지난 8월 5일(월), 여자 배드민턴 단식 경기 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상대로 금메달을 손에 쥔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가 화제였다. 안세영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이후 훈련과 회복을 병행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그때의 부상을 언급하면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 훈련 방식 등을 지적했다. 해당 인터뷰는 인터뷰가 끝난 직후부터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일각에서는 다른 선수들의 메달 획득 소식마저 묻히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안세영의 인터뷰 관련 진위 여부는 현재까지도 진실공방 중이며 다른 종목 협회들의 문제들 또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협회의 ‘투명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월 13일(토) 홍명보를 감독으로 공식 선임하면서 해당 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해 해명해야만 했다. 감독 후보에도 없던 홍명보는 서류 및 면접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사회의 승인으로 선임됐다. 협회는 정몽규 축구 협회 회장이 관여하지 않은 이임생 총괄이사의 결정이었으며 이미 홍명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타 자료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축구협회가 지닌 잣대는 실력보다는 ‘명성’에 편향되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발언일지도 모른다. 또한 축구협회는 특정 대학의 ‘파벌’ 의혹으로 지적받은 바 있다. 조직 내 고위 관리들이 대부분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점과 이번 홍명보 감독 선임 관련 건이 이 예이다. ‘동문’이라는 이름으로 임원진이 구성되는 실정이라면, 선수들을 선발할 때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투명하지 못한 협회는 신뢰를 줄 수 없으며 부족한 신뢰는 수많은 스포츠 팬들의 발걸음을 헛되이 만든다. 협회는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집단이 아니다. 협회는 선수가 흘린 땀과 국민이 보내는 힘찬 응원, 이 모든 것을 헛되이 만들지 않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실력이 우선되어야 선수의 기백이 바로선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대한양궁협회가 보여주는 것처럼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공정함과 청렴함은 모든 스포츠 정신의 근본이다. 하지만,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 협회와 선수 개개인의 교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 과정이 근본이라면 선수 관리는 그 근본을 꽃 피우는 물이자 빛이기 때문이다. 은폐와 외면의 움직임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해하는 선택일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그것은 선수들과 국민,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이기를 바란다. 부단한 노력 끝에 결실을 맺은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4년 뒤 개최될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청렴한 스포츠 정신이 또다시 꽃피울 그날까지 우리는 과거의 문제들을 덮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