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유동성의 늪에 빠지다
정산 지연, 상품권 발행… 악순환의 시작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대금 미지급 사태의 파장이 지속되며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때 환불을 받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 본사 앞에 피해자들이 몰려들어 사무실을 점거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 중에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숙박과 항공권 등 여행 관련 상품이 취소되어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현재 일반 상품의 경우에는 환불 처리가 진행되고 있으나, 여행 상품의 경우에는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을 펼치는 중이어서 환불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체 모두에게 큰 파장을 일으킨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이하 ‘티메프 사태’)의 원인과 이를 더욱 악화시킨 요인, 유사한 사례는 없었는지 알아보았다.

▲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출처: 매일경제)
큐텐의 무리한 확장, 티메프 사태의 원인
이번 정산 대금 미지급 사태를 맞이한 티몬과 위메프는 모두 큐텐의 계열사이다. 큐텐은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 위시를 인수하여 규모를 키웠다. 이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큐텐의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고자 위의 기업들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다. 이런 무리한 확장이 이번 정산 지연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도한 인수 과정에서 현금 자본이 부족해진 큐텐은 판매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정산 대금을 인수에 사용해 판매자들에게 제때 정산을 해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정산 주기는 별도의 법이 없어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결제일 기준 40일에서 최대 75일의 판매 대금 정산 주기를 가진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G마켓·옥션은 평균 10일 이내에 판매 대금을 정산해 주는 것과 비교하면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주기가 매우 긴 편 임을 확인할 수 있다. 큐텐은 긴 정산 주기를 이용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결제 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검찰은 현재 이 사태를 ‘돌려막기 사기’라고 보고 있다.
티메프 사태에 직격타, ‘상테크’
상테크(상품권+재테크)란,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해 사용 실적을 쌓고 상품권은 간편 결제처에서 현금화해 차익을 노리는 신종 재테크 방식을 뜻한다. 상테크는 티메프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 ’상테크’의 흐름도. 퍼센티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수치이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티메프는, 현금을 조달하고자 ‘상테크족’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았다. 이때 제시한 할인율은 8%에서 10%으로, 통상 상품권 할인율인 3%에서 5%보다 두 배 높았다. 하지만 정산금 미지급 사태 이후, 티메프의 덤핑수법으로 유지되던 상테크의 사슬은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상품권 발행사는 티메프로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해 위기에 빠졌고, 가맹점들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상품권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지급결제대행사(PG)들이 상품권 환불을 보류해, 대량의 상품권을 보유 중인 ‘상테크족’들은 상품권 사용은 커녕 환불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견된 티메프 사태
티메프는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위시해 상품권·자사 포인트 발행이라는 수단에 의존하면서 사태를 심화시켰다. 한편, 기업이 현금을 다른 수익사업이 아닌 상품권 및 포인트 발행으로 조달하는 행위에 대한 위험성은 이미 한차례 예견된 바 있다. 바로 2021년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건’이다. 머지포인트 발행사인 머지플러스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현금을 무리하게 자사 포인트를 판매했고, 구매자에게는 751억 원, 제휴사에는 253억 원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대규모의 손실을 안겼다. 이번 티메프 사태는 머지포인트 사건 이상의 피해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 8월 6일(화) 기준 확정된 미지급 결제 금액은 23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서둘러 사태 진압에 나섰다. 지난 8월 7일(수)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위메프·티몬 사태 추가 대응 방안 및 제도 개선 방향’에서 이번 하반기에도 관련 논의를 적극 개진할 것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8월 16일(금) 150억 원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는 폐업을 선언했다. 바보사랑, 사자마켓 등 중소 이커머스 기업들 역시 줄도산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출혈 경쟁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유기적 관계였기에, 티메프 사태를 도화선으로 업계 전체에 재정 위기가 번진 것이다. 위기에 처한 이커머스 업계가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그 귀추는 '내실 다지기'에 달렸다. 이커머스 업계는 출혈경쟁에 앞서,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재정 안정을 되찾는 일에 힘써야 한다. 사회 전체에 상흔을 남길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업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