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의 현주소
의료 AI의 미래, 혁신과 규제가 함께 가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의료 AI 기술은 빠르게 성장하며 다양한 의료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의료는 크게 질환 발생을 예방하는 '예방',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발견하는 '진단', 그리고 진단된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의 세 가지 단계로 나뉜다. 의료의 높은 전문성으로 인해 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국가들은 AI를 활용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AI는 이 세 단계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AI를 통한 암 정복'이라는 기업 이념을 갖고 있는 ‘루닛’이 의료 AI 기업 최초로 한국거래소가 주관하는 ‘코스닥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것은 이 산업의 가능성과 미래 성장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의료 AI는 질병 진단, 치료 계획 수립, 예측 분석 등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의료 현장에서 점차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의료 AI 시장의 현재 동향과 주요 과제,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성장하는 의료 AI 시장, 그 배경과 전망
의료 AI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기술 트렌드로는 딥러닝을 활용한 이미지 분석,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한 의료 데이터 해석, 개인 맞춤형 치료를 위한 예측 모델링 등이 있다. 한국의 AI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탁월한 5G 네트워크가 꼽힌다. 한국은 5G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5G 사용자 비율은 전 세계 2위 수준으로, AI 헬스케어 발전의 핵심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이 90%를 넘고, 모든 국민이 단일 건강보험 제도에 가입해 있어 의료 빅데이터 구축이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유리한 환경에 맞게 국내 의료 AI 스타트업들도 점차 진화하고 있으며, 단순한 의료진의 진료 보조 수단을 넘어 질환을 예측하는 솔루션까지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현장에서 AI가 바꾸는 진단과 치료
▲ CRO(Chest Radiograph Osteoporosis) Score을 통한 환자 추적 관찰 (출처: 프로메디우스)
AI는 인간의 시각적 한계를 극복하고 질병의 조기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I는 현재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방사선 영상 분석, 암 진단, 병리학적 검사 등이 있다. 국내 의료 AI 스타트업 중 하나인 ‘프로메디우스’는 세계 최초로 흉부 엑스레이를 활용해 골다공증을 진단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존 골다공증 검사는 DXA(이중에너지 엑스레이 흡수계측법)를 통해 이루어졌으나, 이 장비를 보유한 병원이 드물고 검사 비용도 높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골다공증 환자를 진단하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90% 이상을 기록했고, 기존 검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 다른 의료 AI 기업인 메디웨일은 망막 촬영을 통해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닥터눈'을 개발해 심장 CT와 유사한 수준의 예측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의료 AI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논쟁들
그러나 의료 AI의 발전에는 여러 가지 논쟁이 수반된다. 먼저, 신뢰성과 책임성 문제다. 의학 연구자 중에는 AI 알고리즘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제로 ‘GE헬스케어’가 전 세계 8개국 2000명의 의료진과 5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결과, 의료 AI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의료진들은 전체의 43%였다. 또한 AI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의료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구에게 어떻게 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법적·윤리적 문제 역시 큰 과제다. 의료 AI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AI가 처리하는 데이터가 민감한 정보일 경우, 데이터 유출이나 오용의 위험이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보급률이 약 90%에 이르지만, 환자 중심의 정보 공유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는 의료기관마다 임상 기록의 복잡성, 그리고 환자의 정보와 증상을 입력하고 산정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나 휴대전화 등 일상생활에서 수집되는 PHR(개인 건강 기록) 또한 다양한 플랫폼에 분산돼 있어 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의료기관 간의 데이터 연계뿐만 아니라 EMR과 PHR를 통합하는 상호운용성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의료 AI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혁신적인 기술들은 의료의 질을 한층 더 높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규제와 윤리적 가이드라인의 정립이 필요하다. 의료 AI는 현대 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통한 의료 서비스의 혁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뿐 아니라 법적, 윤리적 고려가 동반돼야 한다. 의료 AI의 성장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만큼, 그 과정에서 책임감 있는 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