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ESG 보고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힘
▲선우혜정 KIBS 부교수
유례없는 추석 폭염을 경험하며, 기후변화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단순히 일상 속의 불편을 넘어, 환경 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책임과 기업 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ESG)까지 포함하는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기업과 투자자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이로 인해 ESG 보고서(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역할과 그 영향력이 주목받고 있다.
ESG 보고서는 기업의 재무제표와는 크게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ESG 보고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 기업마다 작성 방식과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 둘째, ESG 보고는 기업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며, 모든 기업이 이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의 내용이 잘못되거나 부정확해도 이를 제재하거나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수단이 부재하다. 이러한 이유로 ESG 보고서의 신뢰성과 정보 전달 효과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필자는 ESG 보고서의 지속적인 발간이 기업 가치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ESG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더 높은 기업 가치로 평가받았다. 특히 ESG 보고를 지속하다가 중단하는 경우,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ESG 활동을 기업 가치에 반영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꾸준한 ESG 보고가 기업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고, 그로 인해 기업 가치 상승에 기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틀은 바로 신호 이론(signaling theory)이다. 신호 이론에 따르면, 기업이 지속적으로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은 ESG 활동에 대한 진정성과 장기적인 투자를 나타내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한다. 이 과정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수반되기 때문에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정한 ESG 활동을 증명하는 수단이 된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이러한 꾸준한 보고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인식하여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된다.
또한, 꾸준한 ESG 보고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현상은 정보의 ‘신뢰성(reliability)’에 기반하고 있다. 신뢰성이 높은 신호는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조작이 어려운 ESG 활동의 성과를 통해 입증된다. 연구 결과, 꾸준히 ESG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들은 에너지 절감, 산업재해 감소, 폐기물 배출 저감, 기부 활동 증가 등 실질적인 ESG 활동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신뢰성을 강화하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해 기업 가치의 상승을 이끌어낸다.